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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연극사

사실주의의 탄생, 헨릭 입센과 인형의집

by #조디찬 2023. 7. 22.

사실주의는 현대 연극의 시작을 예고했다. 사실주의자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의 행위가 일상생활을 재현한 것임을 믿게 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실제보다 더 큰 스케일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운문으로 쓰이고 마녀니 유령이니 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출몰하는 드라마와는 달리 사실주의 드라마는 삶을 거울처럼 비춰주었다. 무대 위의 행위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그런 것이었고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입고 말하고 행동했다. 

 

사실주의의 특징 

  • 사실주의는 현대 연극의 시작을 예고
  • 사실주의자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의 행위가 일상생활을 재현함을 믿게함.
  • 일상적인 삶을 묘사함에 있어 그 어떤 주제도 무대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주의자들의 주장
  • 사실주의자들은 드라마의 목적이 관객의 관심을 사회문제로 유도하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교육)
  • 사실주의자들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거나 드라마의 행위를 산뜻하게 마무리 짓는 것을 거부 
  • 고정 유형 인물들 대신 사실주의자들은 복잡한 인격을 창조
  • 인물들의 언어는 구어체적이고 회화적

헨릭 입센 : 사실주의의 창시자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은 사실주의의 창시자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사실주의의 극작가였던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낭만주의의 드라마를 썼으며 말년에는 추상적인 상징주의의 드라마를 실험하기도 했다. 

 입센은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이와 같은 환경이 그의 작품의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들은 당시 사회적 편견과 도전적인 주제를 다뤘으며, 보수적인 사회에 충격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입센은 노르웨이를 떠나 독일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국가에 체류하게 되며, 노르웨이 문학계와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입센은 말년의 희곡에서 여전히 사실주의적인 노르웨이의 배경을 도입하면서도 상징주의와 신비주의 쪽으로 점차 옮겨갔다. 

 

입센의 사실주의 : 인형의 집 

 사실주의 극작가로서 입센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상생활을 재현하고 있다고 확신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경제적인 불공평함이랄지,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 그리고 불행한 결혼 생활 등을  「인형의 집」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당시 연극계의 수준으로는 금기시되었던 사회 문제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믿었다. 

 입센과 그를 추종하는 사실주의 극작가들은 종종 드라마의 목적이란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사회 문제들에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형의 집」은 입센이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이다. 이 연극은 가식적인 행동을 통해 자기 남편인 토발드의 생명을 구해준 아내 노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가식이 해고된 고용인, 크로그스태드가 토발드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에 의해 들통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집안에서의 자신의 불공평한 위치를 발견한다. 심지어 크로그스태드가 노라의 친구인 린드 부인하고 결혼하게 된 연유로 그 편지를 무효로 했을 때에도, 노라는 어린애처럼 취급받는 관계로는 토발드와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연극은 노라가 문을 쾅 닫고 집을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입센이 노라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게 되는지, 또는 토발드에게는 어떤 일이 생기게 되는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일절 알려준 바가 없기 때문에 이 수수께끼 같은 종결은 그렇게 복잡한 환경을 매끈하게 정돈하는 것으로 연극화할 수가 없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인형의 집」은 여전히 많은 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결혼 생활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집 안과 밖에서의 여성이 겪는 불공평함 등과 같은 것들이 21세기에도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사회 중산층의 가치가 어떻게 노라의 독립을 묵살시키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노라 남편의 사회적 평판, 재정적 안정 그리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태도 등에 대한 집착과 자신의 아내마저 정신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조정하려는 남편의 욕망으로 인해 노라는 집안에 갇혀 사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작품 중에서 인형의 집을 떠올릴 만한 것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최근 ENA에서 방영되었던 김서형 주연의 「종이달」을 예로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