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작가
드라마다운 면모를 갖춘 작품을 최초로 완성한 작가로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최초의 그리스 작가들은 기원전 6세기경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들의 작품은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아리온과 세스피르를 포함해서 서너 명의 작가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와 우리가 여전히 읽고 공연하는 드라마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기원전 5세기였다. 이 시기의 비극 작가(tragicplaywright)의 3인방이 바로 그 유명한 아에스킬루스, 소포클레스,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였다.
아에스킬루스
오늘날에까지 작품이 현존하는 작가들 중에서 아에스킬루스(Aeschylus, 525~426 B.C.)는 노래, 춤, 또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공연의 형태에서 진일보한 드라마의 형태로 발전시킨 최초의 인물로 꼽힌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그리스 드라마의 창시자이자 서양드라마의 아버지로 간주된다.
아에스킬루스의 연극작품들은 주로 고귀한 가문과 무거운 주제 등을 다루었으며, 드라마틱한 극 구조와 지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수려한 서정시로 칭송을 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드라마 경연대회에서 수많은 일등상을 수상했으며, 아에스킬루스는 사부작(tetralogy)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후배 작가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코러스를 활용했다. 그의 운문대사의 힘과 주제의 대부분은 코러스가 전할 때 더욱 깊이를 더하게 된다.
아에스킬루스 이전까지 드라마는 코러스와 대사를 주고받는 딱 한 명의 배우로 공연되었다. 아에스킬루스는 여기에 두번 쨰 배우를 첨가했는데 이것은 연극실기에 중요한 발전이었다. 두 번째 배우로 인하여 진정한 의미의 대사를 주고받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극작뿐만 아니라 연출과 연기에 해당하는 업적도 남겼다. 특히 스펙터클을 좋아하여 무대장치, 채색된 배경, 그리고 정교하게 제작된 의상 등의 새로운 형식으로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소포클레스
소포클레스(Sophocles, c. 496 ~406 B.C.)는 아에스킬루스가 이룩한 각종 극작술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다. 그는 특히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극의 플롯 구조로 유명하다. 그는 매우 능숙하게 등장인물들과 사건 경위 등을 소개해주고 나서 곧바로 클라이맥스로 몰고 간다. 유명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비극론을 위하여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모델로 삼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성격을 탐구하는 수법은 소포클레스 연극 작품들의 주요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대사를 이루는 시구들도 그 아름다움과 명료한 표현으로 널리 칭송받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포클레스를 무대장치 채색의 진정한 창잔자로 꼽는다. 소포클레스는 비극의 코러스의 수를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고 그리스 비극에 제 3의 배우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연극에서 등장인물의 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줄거리 전개와 등장인물 상호 간의 갈등 등의 표현에 보다 확정된 가능성들을 열어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포클레스는 세 편의 연관된 작품들을 삼부작으로 묶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일부작을 선호했다. 이로 인해 플롯 상에는 더 많은 액션이 첨가될 수 있었다.
소포클레스는 장군으로, 사회지도자로, 대사로, 그리고 사제로 그리스의 황금시대 동안 아테네의 사회행정 전반에 걸쳐 두루 관여했다. 그는 아테네 근방 콜로너스에서 부유한 아테네의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국가 아테네에 헌신하여 외국 왕들의 빗발치는 수많은 귀화요청들을 물리쳤다. 그는 기원전 406년 90세의 일기로 사망하여, 그의 사랑하는 조국 아테네가 스파르타에게 패망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의 긴 생애를 통해 그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소포클레스가 남긴 작품은 120여 편에 이르지만 그 중에서 7편의 비극만이 현존한다. 에이작스, 안티코네, 오이디푸스왕, 엘렉트라, 필록테테스, 트라키니애, 콜로너스의 오이디푸스, 추적자의 일부분을 포함하여 그의 사티로스극 중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남아 있는 예도 있다.
에우리피데스
세 명의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들 중에서 에우리피데스(Euripides, c. 480~406 B.C.)는 가장 '현대적인' 인물로 꼽힌다. 현대적이라는 표현은 에우리피데스가 실제로는 소포클레스와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으면서 그 보다 두세 달 먼저 타계한 점으로 더욱 부각되기도 하는데, 에우리피데스는 여성에 대해 동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다른 작가들보다 사실주의적인 작품성이 탁월한 점, 비극을 멜로드라마와 희극과 혼합한 점, 그리고 그리스 신들을 회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 등으로 한층 현대적인 작가로 여겨지는 것이다.
에우리피데스는 평생 '현대적인' 작품을 쓴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그러한 사실적인 작품세계는 당시의 통념으로 비극으로 간주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개별 작품들도 (상대적으로 나약한) 플롯의 사용이라든가, 코러스 활용을 축소한 점, 그리고 구설수에 오를 정도의 주제 등으로 비난을 면치 못했다.(훗날 멜로드라마와 희비극의 귀감이 되기는 했다.) 그가 희극과 비극을 혼합잔 작품을 쓴 것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항목은 그가 전통적인 도덕률에 입각하여 그리스 신들을 쉽게 타락하기도 하는 인간 수준으로 묘사한 점이다.
현존하는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은 모두 18편이다.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진 작품 순으로 나열해보면, 알세스티스, 메디아, 힙폴리투스, 헤라클레스의 자식들, 안드로마케, 헤라클레스, 탄원자들, 헤큐바, 트로이여인들, 엘렉트라, 헬렌, 타우리스 이피게니아, 페니키아의 여인들, 오레스테스, 바카에,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 그리고 연대미사의 풍자극인 싸이클롭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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