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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연극사

로마 희극의 이해

by #조디찬 2023. 7. 9.

 

로마의 극작가들은 그리스의 신화극에 남다른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로마인들은 그리스의 신희극 형식을 차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희극 형식으로 완성시켰는데, 이 새로운 로마식 희극은 로마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흥미롭게도, 바로 이 로마의 신희극은 모든 서양 시트콤의 직접적인 선조가 된다. 즉 1930년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의 '스크루볼' 코미디와 브로드웨이 코미디이다. 

 

스크루볼 코미디 : 서로 다른 계급의 남녀가 앙숙관계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

 


로마시대의 작가 

플라우투스(티투스 마키우스 플라우투스)

플라우투스(Plautus, c. 254~184 B.C.)는 가장 인기 있는 로마의 희극작가로 기원전 3세기말부터 2세기 초까지 활동했다.

로마의 비평가였던 키케로에 의하면, 플라우투스는 도회지풍의 매우 세련된데다 위트와 재능을 겸비한 귀재였다. 그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작품을 썼고, 로마인들은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즐겼다. 왕정 동안에는 마임이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이 되었고, 플라우투스의 작품들이 더 이상 공연이 되지 않게 될 때조차도 로마인들은 그의 작품을 애독했고, 작품에 나오는 파르스적인 상황전개와 절묘하게 구사된 라틴어 구어체에 열광했다. 현대에도 플라우투스 작품의 번안극들은 여전히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된다. 

 

플라우투스의 극의 특징

1. 자신이 잘 아는 노래와 춤, 그리고 이탈리아 토속 파르스 등을 취하여 그것을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신화극에서 따온 플롯과 등장인물들에 용해 시킴.

2. 코러스를 사용하지 않음

3. 동시대의 정치사회적인 문제점들을 다루지 않음

4. 재판이나 로맨스의 시련 등에 치중

5. 대사의 상당 부분이 노래로 처리되어 있는 관계로 현대의 뮤지컬 코미디와 매우 흡사

 

플라우투스 작품의 '메네크미'

'메네크미'는 두 쌍의 쌍둥이가 등장하여 혼선을 빚어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플라우투스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많은 고정된 로마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페니쿨루스 또는 '스펀지'라고 하는 식객과 에로티움이라고 하는 희극적인 고급 매춘부, 그리고 메세니오라고 하는 희극적인 시종 등이 좋은 예들이다. 부차적인 인물로는 드센 마누라와 비실비실한 장인, 그리고 돌팔이 의사등이 등장한다.

 무대의 구성은 이러하다. 

무대 위에는 두 집의 대문이 양 측면에 하나씩 관객을 향해 서있다. 한 집은 에피담누스(플라우투스가 설정한 그리스의 도시)의 메네크무스의 집이고, 다른 한 집은 메네크무스가 자기 부인 몰래 진행 중인 삼각관계의 주인공, 에로티움이라는 여인의 집이다. 앞 무대는 두 집 앞 길로 사용되는데, 한쪽 끝은 부두로 향하는 출구이고, 다른 한쪽은 시내로 향하는 출구이다. 

 

테렌티우스(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페르)

플라우투스 이후, 가장 중요한 로마의 희극 작가는 테렌티우스(Publius Terentius Afer, c. 185~159 B.C.E.)이다. 플라우투스의 작품이 감칠맛이 나고 널리 인기를 끈 반면, 테렌티우스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미묘한 표현과 우아한 언어 등에 강조를 두었다. 

 플라우투스처럼 테렌티우스도 대부분 그리스 희극을 모델로 삼아 자신의 희극을 썼다. 그리스 희극을 표절했다는 비난이 일자, 테렌티우스는 "표절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테렌티우스극의 특징 

1. 두 편의 그리스극에서 뽑아낸 플롯들을 가지고 한 편의 새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2. 자신이 직접 담당한 서사를 통해 자기 작품에 대한 옹호 (서사기법)

3. 테렌티우스의 문체는 프라우트스와 달리 훨씬 문학적이었고 덜 과정 된 표현을 사용

 

테렌티우스는 최초의 흑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흑인 작가가 맞을까? 

로마시대의 연극 전반에 걸쳐 학자 간의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테렌티우스라는 극작가의 인종적 배경에 대한 논란은 매우 흥미롭다. 

 이 희극작가에 대한 전기적 세부 사실들은 대부분 수에토니우스라고 하는 로마의 전기 작가가 테렌티우스가 타계한 후 집필한 '테렌티우스의 생애'에서 밝혀진 것이다. 수에토니우스에 의하면 테렌티우스는 본명이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페르'이고 카르타고 태생이며, 노예의 시분으로 로마에 흘러온 것으로 여겨진다. 또 수에토니우스는 테렌티우스 생김새를 묘사하면서 '검은 피부'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그가 아프리카 흑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리고 그의 이름자의 끝에 사용하는 아페르는 북아프리카를 가리키는 말로 라틴어로는 통상 리비아에서 온 사람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들어 로마 문화의 업적을 이룬 근본이 유럽인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온 외래인인 것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역사가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쟁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테렌티우스'라는 저서에서 월터포핸드는 테렌티우스가 아프리카 흑인이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음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논란들은 많은 시대의 전기 작가들이 자신들이 다루는 작가들의 생애를 채색하여 한층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테렌티우스가 카르타고나 리비아로부터 온 사실을 수긍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 흑인 원주민들이 거주했던 그 지역의 남부나 동부 출신은 아닐 것이라고 역설한다.

 테렌티우스가 아프리카 흑인 노예 출신인지의 여부와 그러므로 그가 서양 연극사상 최초의 흑인 극작가인지의 진위는 쉽게 가려질 문제가 아니다. 초핸드가 언급했듯이, "흥미롭게도 그 문제 자체만큼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적 자료들로는 아무런 대답도 얻어내기 힘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