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진보적인 장면 디자인은 극장 건축 못지않게 중요하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극장디자인 영역까지 다루고 있는 로마의 건축교재,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의 재발견에 고무되어 무대디자인 영역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1400년대 말엽 이탈리아의 초기 디자이너들은 로마의 무대와 비트루비우스가 제시한 비극, 희극, 그리고 사티로스 연극의 무대 장치를 재건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면 디자인에 응용된 원근법
장면 디자인의 영역에서 가장 혁신적인 점은 르네상스 회화에 중요한 일부였던 원근법의 응용이다. 원근법을 사용함으로써 무대 위의 장면들은 백드롭(backdrop) 같이 평면으로 된 배경막에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삼차원적으로 입체감을 냄으로써 환각성을 더 할 수 있었다.
세바스티오 세를리오
원근법의 무대 활용에 대해서 세밀한 부분까지 다룬 사람은 세바스티오 세를리오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건축서'에서 이를 자세히 논하고 있다. 그는 무대 디자인에 시각적 사실주의의 효시로 꼽히는 원근법을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이기도 하다.
세를리오에 의하면, 무대의 뒷부분은 경사지게 만들어서 - 즉, 앞부분보다 약간 높게 들어 올려져서 - 뒤쪽에 배치되는 윙들의 하단은 약간 높여진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원근법상의 착시현상으로 실제감을 더했다. 향후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극장들은 예외 없이 영구 경사 무대로 디자인된다. 오늘날 무대의 각 부분을 칭할 때, 우리는 여전히 관객석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분을 위 무대(Up stage)라고 칭한다. -가까운 곳은 Down stage
세를리오는 배경장치르 구현하기 위해 일련의 앵글드 윙(angled wing, 각진 측면 날개 구조물로 원근화법으로 채색된 고정 막)을 무대 양 측면에 열별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앵글드 윙의 재료는 두꺼운 널빤지이다.
배경 장치의 변환 기법의 진화 : 세를리오에서 토렐리까지
세를리오의 앵글드 윙 무대 장치로 빚어지는 문제는 공연 중에 무대 변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1550년 이후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었는데, 그 첫 번째 시도가 페리아크토스(periaktas) 방식이다. 이 방식은 고대 그리스의 삼면회전식 장면 전환 장치로 한 면이 관객들의 눈에 보이는 동안 나머지 두 면은 가려진 채 대기 상태로 서있다가 필요할 경우 중심축을 돌려 가려졌던 면을 관객석을 향해 보이게 하는 장치이다.
1585년 이후 반세기 도안, 무대 장치 변환과 관련한 또 다른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니콜라 사바티니(Nicola Sabbattini, 1574~1654)는 자신의 저서인 '무대 배경 및 특수 효과 장치 제작법'에서 무대 장치를 변환에 대한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페리아크토스를 활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 윙 주변에 새 윙들을 설치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필요에 따라 기존 장면을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 새 윙으로 가려, 새 장면으로 전환하는 장치였다.
새 그림으로 채색 된 캔버스 윙에 대한 언급으로 세를리오의 앵글드 윙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플랫 윙(flat wing)에 대한 개념이 소개되었다. 이후 평면에 3차원적인 깊이를 표현해 낼 수 있는 원근화법이 개발되었고, 더 이상 앵글드 윙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1650년을 기점으로 앵글드 윙 기법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플랫윙 (flat wing)
플랫 윙은 무대의 양 측면에 관객들과 평행선 방향으로 장치되는 일련의 개별 윙들로 앞 열에서부터 뒤 열까지 차례로 배열된다. 관객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맨 뒤 열에는 중앙에서 만나는 두 개의 셔터들이 놓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원근법적인 무대 세팅은 꼭대기 부분의 보더(border)로 마무리되는데, '보더'란 무대의 윗부분을 가로지르는 얇은 널판을 말한다. 플랫 윙 세팅의 장면 변환 장치로는 그루브시스템(groove system, 바닥 홈틀 미닫이 방식)이 사용되었다.
지아코모 토렐리
수 많은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와 장면 변환으로 지아코모 토렐리(Giacomo Torelli, 1608~1678)는 '위대한 마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정교한 무대 기계장치와 디자인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큰 영향을 떨쳤으며, 장면 변환장치에 관한 그의 방법론은 유럽대륙 전역에서 표준으로 자리매김되었다.
토렐리는 테아트로 노비시모에서 폴-앤-채리엇(Pole-and-chariot) 시스템을 완성했는데, 그 장치는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플랫 윙들을 한꺼번에 움직여 장면을 변환하는 방식이었다. 토렐리의 시스템에서, 폴(pole)은 배경 장면이 그려진 윙에 단단히 고정되어 무대 바닥면의 아래 공간까지 연결되는데, 여기서 홈을 따라 움직이는 채리엇(chariot)이라고 하는 도르래 바퀴와 연결된다. 이런 방식으로 연결된 폴과 채리엇은 밧줄과 도르래 장치를 이용한 조정 장치로 이어져 한 사람이 조정장치의 손잡이를 돌리면 무대 위의 플랫 윙들은 한꺼번에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가 고안한 또 하나의 장치는 가끔씩 사용되는 '절단된 플랫(cutout flat)'으로 이는 삼차원적인 나무들이나 숲 등의 효과를 내는 데 사용되었다.
특수효과와 조명
스펙터클을 강조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극장은 독창적인 특수효과를 수없이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글로리스(glories)라는 이름의 하늘을 나는 기계장치도 있었고, 천둥과 바람소리를 내는 원시저긴 효과음향 장치도 있었다.
원시적이나마 무대 조명으로 효과를 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극자은 실내극장이라 인위적인 조명 시설이 필요했고, 촛불과 등잔불 등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연기와 그을음 등의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기초적인 조명이라고 할 수 있는 촛불들은 샹들리에와 무대 앞, 그리고 무대 측면의 기둥들에 밝혀졌다. 무대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러는 시도도 일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위오 아래가 터진 깡통을 촛불에 덮어 밝기를 줄이거나 늘일 수 있었다. 충분한 조도를 공급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무대뿐만 아니라 관객석에도 항상 불을 켜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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